하이드 팍에 드디어 봄이 왔다. 유난히 모질었던 겨울이 끝내 지나간 것이다. 따뜻한 봄날의 오후 엄마가 네일 폴리쉬를 담은 통을 들고 거실로 나오셨다. 겨울동안 텁텁하게 메말랐던 손톱에 새단장을 하고 싶으셨나보다. 내 손톱은 발라 본 일이 거의 없지만, 제가 칠해 드리마고 선뜻 나섰다. 오래 붓질을 안해서 손가락이 근질거렸는지도 모르겠다. 캔바스에 하던 손톱에 하던 여튼 붓질은 붓질이니까.^^
평생 한 두번 쯤 가본 네일 살롱에서 했던 걸 떠올리며 큐티클 오일을 바르고 솜으로 살짝 닦아 낸 다음에 원색의 색상을 두 코트나 발랐다. 그리고 그 위에는 어울리는 색상의 빤짝이로 엑센트도 주고… 게다가 더욱 선명하게 반짝이도록 퀵드라이 탑 코트로 마무리! 네일 폴리쉬의 냄새와 폴리쉬 리무버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렇게 독한 것이 살과 다름없는 손톱을 장시간 덮고 있는 것이 물론 좋진 않겠지.
색칠이 다 끝난 손톱을 내려다보며 엄마는 기분까지 산뜻해 진다며 좋아하셨다. 다소 황당한 네온빛의 연두색을 발라 드려도 모두 흔쾌히 즐거워 하셨다. 나도, 발라드리는 내내, 내 엄지와 검지 사이로 엄마의 보드라운 열 손가락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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