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15

엄마 손톱의 매니큐어



하이드 팍에 드디어 봄이 왔다. 유난히 모질었던 겨울이 끝내 지나간 것이다. 따뜻한 봄날의 오후 엄마가 네일 폴리쉬를 담은 통을 들고 거실로 나오셨다. 겨울동안 텁텁하게 메말랐던 손톱에 새단장을 하고 싶으셨나보다. 내 손톱은 발라 본 일이 거의 없지만, 제가 칠해 드리마고 선뜻 나섰다. 오래 붓질을 안해서 손가락이 근질거렸는지도 모르겠다. 캔바스에 하던 손톱에 하던 여튼 붓질은 붓질이니까.^^

평생 한 두번 쯤 가본 네일 살롱에서 했던 걸 떠올리며 큐티클 오일을 바르고 솜으로 살짝 닦아 낸 다음에 원색의 색상을 두 코트나 발랐다. 그리고 그 위에는 어울리는 색상의 빤짝이로 엑센트도 주고… 게다가 더욱 선명하게 반짝이도록 퀵드라이 탑 코트로 마무리! 네일 폴리쉬의 냄새와 폴리쉬 리무버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렇게 독한 것이 살과 다름없는 손톱을 장시간 덮고 있는 것이 물론 좋진 않겠지.

색칠이 다 끝난 손톱을 내려다보며 엄마는 기분까지 산뜻해 진다며 좋아하셨다. 다소 황당한 네온빛의 연두색을 발라 드려도 모두 흔쾌히 즐거워 하셨다. 나도, 발라드리는 내내, 내 엄지와 검지 사이로 엄마의 보드라운 열 손가락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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